2008년 03월 28일
Notre Dame de Paris - Feb 11, 2006
나에게 Notre Dame de Paris는 입으로만 열 번도 더 가봤던, 비장미로 뒤덮인 환영이었다. 대학교 입학 후 처음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크리스마스 이브날 국립극장에서 봤던 뮤지컬 '노틀담의 곱추' 때문일까. 해피엔딩의 희열은 한여름 밤 불꽃처럼 펑펑 소리를 내며 찬란하게 어둠의 장막을 밝히고는 서서히 사그러들지만, 새드엔딩은 묵직하니 수분 가득한 장마철의 공기처럼 그 자리에 멈추어 끊임없이 특유의 투명한 회색 에너지를 발산한다. 종탑에 올라가면 콰지모도의 애절함을 느낄 수 있지는 않을까, 이런 류의 생각을 하다가 성당이 위치한 시테 섬에 도착했다.
동쪽에서 비추어 오는 아침 해를 등지고 선 장려한 중세의 건축물은 그 존재로서 말을 하고 있었다. 신에게 더 가까이 닿고자 쌓아 올렸다는 탑, 주요 조각품들은 물론이고 바닥, 벽면, 건축물 전체를 두르고 있는 무수한 스테인드 글라스, 문 손잡이, 심지어 대들보 이음새 하나하나까지도 수백년 전 그들을 스쳐간 장인들의 손길로 차르릉, 빛을 내고 있었다. 사람들은 위대한 신을 기리기 위해 이 거대한 성전을 창조해냈다지만, 21세기의 나는 그 신을 기린다는 이유로 불가능에 가까운 업적을 달성해 낸 인간들을 기리고 있었다. 믿음은 바위산도 움직인다고 했던가.
종탑에 올라가보지 못하고 돌아온 게 끝내 아쉬움으로 남긴 하는데,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. 경외심으로 가득 찬 내 마음에 콰지모도의 슬픔의 속삭임을 더하기는 어쨌든 쉽지 않았을 것이다. 진심으로 아쉬운 건, 그래도 천주교 신자인데 노틀담까지 가서 미사 한 번 못 보고 온 것이랄까.
# by | 2008/03/28 06:15 | [Traveler Carbonara] | 트랙백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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